Food/엔지니어66

[스크랩] 우리집 소중한 양념들

파도아래 구름위 2007. 6. 24. 21:04




아래 양념들은 가장 흔한 양념들이지만 제가 가장 신경써서 장만하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제가 매일 쓰는 양념들은 99%가 우리고유의 양념들입니다.
그중에서도 거의 매일 쓰는 양념들을 몇 가지 올려드립니다.

먼저 양념중의 으뜸인 소금,



이게 바로 집에서 거의 1년 묵힌 천일염이에요.
저는 마트에서 이런 마대에 담긴 천일염을 구해다가 벽돌을 괴고 서늘한 베란다에
오래뒀다가 사용합니다.
왕소금은 오래될수록 간수가 완벽하게 빠져서 영양소금이 되지요.
이 소금마대 옆으로 구입한지 10개월, 8개월, 6개월이 되는 소금마대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소금마대들은 크기가 작은것들 이에요. 8kg짜리에요.
이거 다 먹을때쯤되면 또 한자루 사다 묵혀야지요.

마음같아서는 육지 서해안이나 남해안 염전밭에 차를 가지고 가서 소금가마니를 실어오고
싶지만 바다를 건너야 하기때문에 차선책으로 마트의 천일염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놔 두면 소금의 쓴맛인 간수가 다 빠져서 미네랄 성분이 그대로 남아 있는
좋은 천일염이 됩니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밑깨진 항아리에 담아두고 썼었어요.
저는 이 소금으로 배추도 절이고 음식 간도 맞추고 생선도 절입니다.

좋은 소금은 맨손으로 소금을 꽉 쥐어서 풀었을 때 손바닥에 소금이 거의 묻어 있지
않은 것이 최상의 소금입니다.
그리고 천일염은 비싸지도 않습니다.
이 세상 가장 맛있는 음식은 제일 먼저 좋은소금에서 나옵니다.






간수빠진 소금을 곱게 갈아서 무침이나 볶음요리에도 넣습니다.
이렇게 소금을 갈면 꽃소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맛이 납니다.
시중 꽃소금은 천일염을 전기분해해서 수분을 제거한 뒤 염화나트륨(NaCl)만을
뽑아낸 것이지요.
천일염에 들어있던 몸에 좋은 미네랄 성분등은 전기분해 과정에서 다 없어지는 것이죠.
그리고 천일염보다 더 짭니다.

위 분쇄기에 간 천일염과 꽃소금 맛을 보면 금새 차이가 납니다.
분쇄기에 간 천일염먹다가 파는 꽃소금은 안 먹게 됩니다.
예전에 저의 어머니께서는 절구에 찌어서 쓰셨지요.

그래서 저도 국물요리에는 굵은 천일염을 쓰고 무침이나 볶음요리 간을 할때는
간 소금을 씁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된장...
다행히 시어머님께서 담가주시는 된장과 고추장과 조선간장을 얻어 먹고 있습니다.
시어머님 된장이 없었더래도 저는 된장과 고추장,조선간장만큼은 정말 좋은 것을
구입해서 먹고 있을 겁니다.

저의 집은 된장을 양념하지 않고 그대로 고추나 채소에 얹어서 먹습니다.
된장을 양념해버리면 아까운 된장맛이 달아나는 것 같아요.
집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  가끔 된장을 양념하지만 저희는 그냥 먹어요.

저의 제부도 제 여동생과 결혼하면서 생된장에 맛을 들여 자신의 표현대로 '거의 중독'
상태라고 해요.
이처럼 생된장을 먹다보면 기타 양념된장은 못 먹어요.

마음같아서는 제가 직접 장을 담가서 먹고 싶지만 집 구조상 어렵고 마당있는 집이
완성되면 장을 직접 담가 먹을 생각입니다.






시어머님께서 플라스틱 통에 간장을 담아 보내주시면 저는 즉시 제주전통 옹기항아리에
부어서 덜어 먹습니다.
간장을 2/3쯤 먹었을때 다시 보내주시는데 계속 섞고 섞어서 먹는 바람에 몇년째 계속
잘 곰삭고 있는 중이지요.

이 항아리는 90년이 다 되가는 친정집 항아리에요.
유약을 전혀 바르지 않은 항아립니다.
물 정수부터 발효식품까지 온갖것들을 곰삭게 하고 깨끗하게 걸러주는, 골동품 가게에서
최고의 값을 쳐주는 항아리입니다.
옹기항아리에 간장을 담아두면 절대 하얀 간장꽃이 피질 않아요.
그리고 항아리에 잡 냄새가 베질않습니다.

저의 고향사람들이 거액을 받고 자신의 집 오래된 항아리들을 다 팔아버렸는데
동네서 유일하게 저의 아버지와 할머니만 항아리들을 팔지 않으셨어요.  저 주실려고....
제가 집을 다 지으면 마당에 가져다 사용한다고 하니까 꿋꿋이 지키신 거지요.
시골 친정집과 할머니 집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12개 있어요
많은 항아리들이 깨졌지만 남은 항아리 12개는 저의  증조할머니때부터 오랜세월 견디면서
끝까지 버텨온 항아리들입니다.


예쁜 항아리들을 더 보여드리고 싶지만 사진이 더 이상 안 올라가서 다음에
보여드릴께요.
매실액도 작은 옹기항아리에 만들고 수돗물도 받아뒀다가 정수시켜  사용하고,
곡식이나 마른 나물등을 보관해도 끄덕없어요.






고추도 시어머님 보내주신거를 잘 말렸다가 닦아서 빻아다가 먹습니다.
시어머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고추가게에서 직접 고추를 사서 잘 닦은 다음 빻아다가
먹고 있을 겁니다.
저는 미리 갈아서 파는 고추가루는 사용해 본적이 없어요.






마른고추는 어느정도 남겨뒀다가 직접 분쇄기에 갈아서 쓰기도 한답니다.






남은 마른고추를 다 갈았습니다.
워낙 많은 양이라 이거는 고추가게 가서 갈아왔습니다.   6근이네요.
곱게 갈아서 파는 고춧가루가 다 나빠서가 아니라 그 고추들을 제대로 잘 닦아서
빻는지 저는 그게 미심쩍어요.
고추를 닦아보면 정말 무지무지 먼지많고 때가 많거든요.






고추가루+다진생강+다진마늘에 뜨거운 기름을 부어서 걸른 고추기름입니다.
이것도 만들어 먹다보면 파는 것은 못 먹어요.
생강과 마늘이 들어가서 여기저기 잘 쓰이지요.






아버지 살아계셨을때는 직접 멸치젓을 담가주셨는데 이제는 사서 먹고 있습니다.
시중에 파는 젓갈들에 거의 다 조미료가 첨가 됐다는 말들이 있는데 그래도 제가
믿는 건 추자도 멸치젓이에요.
이거를 뼈째 갈아서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양념해서 고기에 얹어서도 먹습니다.

자, 멸치젓을 이용한 최고의 조미료 만드는법입니다.






위 멸치젓 건더기를 물과 같은 양 섞어서 끓이면 살은 녹고 가시들만 남아요.
끓여서 식힌 멸치젓을 체에다가 창호지를 깔고 가만 국물만 부어둡니다.
뚜껑덮고 하룻동안 놔 두면 밑에 너무너무 예쁜 액젓이 걸러져 있어요.

끓인 멸치젓은 반드시 식혀서 부으세요.
왜냐면 창호지가 옛날의 창호지와는 다르게 요즘은 아주 심하게 표백을 하거든요.
뜨거운걸 부으면 표백제까지 그대로 녹아 들어갑니다.
창호지는 문구점에서 큰 2절지 크기 1장이 300원 합니다. 두고두고 여러모로 쓸 수 있습니다.
걸러진 걸 한번 볼까요?






이것 보세요,
동남아 피쉬소스가 부럽지 않고 시중에 파는 액젓은 비교도 안 되는 최고의
액젓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이것을 김치에는 안 넣고 양념으로만 씁니다.
시중에 파는 액젓보다 덜 짜요.
볶음, 국, 무침, 양념장,겉절이등에 쓰면 얼마나 깔끔하고 좋은지 써보기 전에는 몰라요.

예를 들어 무채를 소금에 절인 후 꼭 짠 다음 걸러진 액젓, 다진마늘, 고추가루, 깨,
파만 넣고 무치면 제 남편이 너무 좋아합니다.
최고의 조미료에요.

예전 저의 친정집 항아리에는 생멸치젓과 멸치젓갈을 달여서 깨끗하게 거른 맑은 액젓이
늘 있었어요.
끓인 후 걸러지기 전에 맛을 보면 비린내 나고 맛이 씁쓸한데 깨끗하게 걸러진 후 맛을 보면
담백함과 감칠맛만 남아 있죠.

병 옆에 있는 창호지 보세요. 국물만 쏙 빠지고 불순물들은 그대로 있어요.






깨도 이왕이면 중국산이라도 사셔서 깨끗이 씻은 다음 기름을 짜고 볶아서 드셔보세요.
저도 시어머님과 저의 이모가 주신 깨와 참기름 먹다가 중국산 깨를 사서 기름을 짜고 양념으로 사용한 적이 있어요.
몇 년전에 아주 심한 태풍불어서 깨농사를 완전 망쳤을때 그랬어요.

깨끗이 씻어서 기름을 짜고 볶으니까 국산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좋았어요.
국산이면 더욱 좋겠지만  비싸서요.

집에서 농사지은 깨를 씻어보면 무지하게  더러운 물이 많이 생겨요.
여러번 체로 일어서 씻어야 해요.
이렇게 직접 마련해서 하다보니 자연히 볶아서 파는 것에는 관심이 안 가더군요.







참깨와 들깨도 조금씩 볶아서 빻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면서 그때그때 으깨 사용합니다.
그러면 산패가 덜 돼요.






시부모님께서 감을 보내주시면 매해 감식초를 만들고 있어요.
감식초는 그냥 마셔도 맛있고 음식에 넣어도 좋아요.
상처 난 감을 항아리나 병에 넣고 몇 달 두면 물이 생기는데 그게 바로 감식초가 돼요.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하얀 곰팡이를 걸러서 마시면 됩니다.
감이 익은 후 담근식초가 빨리 발효가 되고 더 맛있고, 무르게 익지 않은 감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립니다.






만들어 뒀다가 음식에도 넣고 음료수로도 만들어서 식구들이 마십니다.
오른쪽 감식초는 제가 만든겁니다.






왼쪽 병은 최근에 시어머님께서 직접 담근 감식초를 보내주신건데
기포까지 뽀글뽀글한게  정말 사이다 같더군요.  
아주 달달하면서 시큼한게 제가 담근 것 보다 훨씬 맛있네요.
식초라기보다는 맛있는 음료수 같아요.

저녁마다 소줏잔으로 한잔씩 마시고 있습니다.






버섯도 집에서 말려서 씁니다.
볕 좋은곳에 놔 두면 집에 사람이 없어도 자기가 알아서 꾸득구득 잘 마르지요.






마른 버섯을 불려서 음식에 넣거나 전을 부치기도 하지만 이렇게 성글게 갈아뒀다가
된장찌개에 넣습니다.
뚝배기에 된장풀고 성글게 간 버섯, 멸치 다진것, 매운고추, 대파만 넣어서 빡빡하게 끓여서
먹으면 밥도둑이죠.

그밖에 멸치와 새우도 갈아서 보관해 두면 급할때 요긴하게 쓰입니다.
참고로 저는 다시마는 갈지 않아요.
다시마는 그대로 우려야 제맛이고 갈아 버리면 이맛도 저맛도 아닌 게 되더군요.








그리고 저의 집에서 단 맛을 내주는 조청.
저의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만들어 주신 조청입니다.
단맛이 필요할때 설탕대신 저는 이걸 넣어서 합니다.

어머니께서 제가 애기때부터  32살 겨울때까지 매해 엿을 고아서 우리 형제들 먹이셨지요.
아주 좋은 보양식입니다.
엿이 완성되기 전의 이런 걸죽한 상태가 바로 조청이죠.
그리고 식혜의 밥알을 걷어내고 그대로 걸죽할때까지 오래 끓이면 조청이 됩니다.

만들어 두면 여러모로 좋기는한데 시간이 오래걸리는게 흠이지요.
대신 요즘은 우체국이나 마트에서도 조청을 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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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조금씩 조금씩 직접 양념을 만드는 게 저는 너무 좋습니다.
작지만 몇 안 되는 항아리들을 닦는것도 좋고요, 눈물콧물 재체기하면서 고추가루를
빻는것등등....
만들어 놓으면 그 풍족함과 뿌듯함에 계속 만들게 되지요.

친정어머니 살아계셨을때 ' 내 손,발 움직여 마련한 음식, 양념이 최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제가 또 어머니가 하셨던 것들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네요.
그래도 가끔은 남이 차려 준 음식이 먹고 싶긴해요.^^

양념중 굴소스와 두반장도 있는데 사용을 거의 안 합니다.
식구들이 싫어하기도 하지만 저도 소스 특유의 맛이 싫어서 사용을 안하게 되더군요.
그나마 두반장은 마파두부할때 몇 번 사용했는데 요즘은 마파두부도 고추장과 붉은고추
다져서 하느라 사용을 안하게 되더라고요.

고추장과 붉은고추다져서 마파두부 만들면 맛있어요.


(저에게 혹시 쪽지 보내신분들, 제 컴퓨터가 한동안 고장이 나서 모든 팝업창과
쪽지함들이 사라졌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쪽지함을 확인못했더니 지워진 쪽지들이
있는 것 같아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출처 : 살아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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